
증시와 안전자산 하락
Fed(미국 중앙은행) 의장으로 케빈 워시가 일명 워시 효과로 크게 흔들렸던 시장이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습니다. Fed의 양적 완화(QE)를 비판해온 워시의 이력은 시장이 익숙했던 ‘쉬운 돈(easy money)’의 종말을 떠올리게 했고, 그 결과 주식·채권·금·비트코인이 동반 급락하는 암울한 하락장을 나타냈다.
당분간 이런 암울한 분위기는 지속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미국 증시 개장 후 바뀌는 흐름이 포착되었다.
미국 증시에서 S&P 500 지수는 0.5% 반등하며 사상 최고치에 다시 근접했고, 소형주 러셀 2000 지수도 1% 가까이 상승하면서 마감했다.
1980년 이후 가장 큰 폭 하락했던 금과 은은 물론, 구리·백금·팔라듐 등 각종 금속 원자재도 점점 반등하고 있습니다.
워시가 걱정할 만한 강경한 매파가 아니라는 기사와 분석들이 많이 쏟아지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많이 달래줬고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지금껏 주식과 귀금속·원자재 강세장을 이끌어온 핵심 변수가 바뀌지 않았다는 판단이 빠르게 확산했기 때문입니다.
최근 급락의 본질을 Fed 정책을 비롯한 거시 환경의 변화가 아닌 주식과 금·은으로 자금이 과도하게 쏠렸던 데 따른 '기술적 조정'으로 정의하기도 하는 사람도 있으며 그 원인으로 견조한 미국 경제 성장과 트럼프 정부의 경기 부양책, 흔들림 없는 인공지능(AI) 투자와 실물 자산 비중 확대 흐름 등의 최근 시장의 방향을 결정해온 핵심 변수들이 그대로라는 이유입니다.
거기에다 워시 지명으로 인한 '긴축 공포'를 빠르게 털어낼 수 있었던 데에는 엔 월가의 전설적인 투자자이자 워시의 멘토인 스탠리 드러켄밀러가 인터뷰에서 워시는 무조건적인 매파가 아니고 실용주의자라고 시장에 피력을 한면도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특히 드러켄밀러는 워시가 앨런 그린스펀 전 Fed 의장의 통화정책 접근법에 대해 “매우 열린 태도를 갖고 있다”면서 그는 경제가 성장한다고 반드시 인플레이션이 뒤따를 것이란 고정관념을 믿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린스펀은 미국의 경제 황금기이자 정보기술(IT) 버블이 붕괴하기 이전인 1990년대에 Fed 의장을 지냈던 인물입니다. 한때 IT 기업들의 주가 급등에 '비이성적 과열'이라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던 그는 이후엔 “Fed의 목표는 경제와 금융 환경을 개선해 구조적인 생산성 향상을 촉진할 기술적인 혁신과 투자를 장려하는 것”이라며 금리를 5년 가까이 올리지 않았습니다. 생산성 혁명 덕분에 '물가 안정 속 호황'이 벌어지고 있으며, 그것을 Fed가 뒷받침하고 있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사실 Fed가 풀어주는 유동성 덕분에 자산 시장 부양, 준비금 이자 수익 등의 혜택을 받는 월가 은행들로선 지금의 '풍부한 유동성'이 줄어들길 원하지 않습니다. 이뿐 아니라 이미 Fed의 역할에 의존도가 높아진 국채 시장도 Fed가 몸집을 줄이기 시작하면 금리 변동성이 커질 수 있습니다. 월가가 곱지 않은 눈으로 워시의 '작은 Fed'론을 바라보는 이유입니다.
주식, 금, 원자재 "종이보다 실물 자산"
이런 판단 속에 '자산 강세장'에 대한 시장의 확신은 다시 굳어지고 있습니다.
세갈 골드만삭스 총괄은 AI 투자와 미국의 재산업화를 주식, 귀금속, 원자재 등 실물 자산 상승의 핵심 동력이라면서 올 한 해만 AI 관련 전 세계 설비투자(CAPEX) 규모가 1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는 "이 인프라 투자가 향후 5~10년 간 경제 성장의 엔진이 될 것"이라며 “Fed나 재정 정책은 이런 거대한 투자 파도에 비하면 작은 요소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세갈은 동시에 금, 구리 같은 실물 귀금속과 원자재를 최우선 순위 자산으로 꼽습니다. 지정학적 분절 심화, 트럼프의 관세 정책, 완화적 정책에 따른 화폐 가치 하락이 실물 자산에 대한 수요를 자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금값은 최근의 급락에도 불구하고 올 들어 한 달간 10%, 지난 1년간 70% 올랐습니다. 세갈은 그럼에도 "투기적 광풍이 아닌 수십 년간 지속될 궤적"이라고 주장합니다. 원자재 시장은 유통 물량이 매우 적어 변동성이 커질 수 있지만, 달러에서 벗어나 금 비중을 늘리고 있는 중앙은행과 개인 투자자의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금과 달리 중앙은행이란 구조적 매수 주체가 없는 은에 대해선 의견이 더 갈립니다. JP모건은 "은이 금에 비해 더 깊은 폭의 가격 조정을 겪을 가능성이 우려된다"면서도 “평균적인 하방 지지선은 75~80달러로 이전보다 높아진 것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은 가격 전망치는 올해 말 85달러, 2027년 말 83달러로 제시했습니다.
해법은 금 + 주식 '바벨' 전략
결론은 명확합니다. 세갈은 성장 자산인 주식과 화폐 가치 하락에 방어할 수 있는 자산인 금·구리 등 실물 원자재를 양대 축으로 가져가는 ‘바벨 전략’을 강조합니다. 지금이 AI로 인한 글로벌 재산업화와 신용 확장 사이클의 초기 단계라고 믿는다면 AI 기업 주식을 보유하는 것은 당연한 선택입니다. 동시에 인플레이션과 통화 가치 훼손에 대비할 수 있는 실물 자산을 함께 가져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월가에선 올해로 강세장 4년차를 맞이하는 미국 증시가 높아진 변동성에 시달릴 것이란 경고가 끊이지 않습니다.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아진 밸류에이션, 인플레이션 위험 용 둔화와 양극화, 정책 리스크, 중간선거 등 불확실성이 많기 때문입니다.
변동성이 커지는 장세에선 승자가 될 수 있는 섹터와 기업을 선별하는 것이 더 중요해집니다.
골드만삭스 분석에 따르면 △메모리 반도체, AI 데이터센터·서버, 전력망, 우주·위성 같은 AI 하드웨어 및 인프라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국방·안보와 희토류, 우라늄·원자력 등 정책 모멘텀의 수혜가 예상되는 테마 △금속, 구리, 채굴주 등 실물 원자재는 작년에 이어 올 초에도 상대적 수익률이 높았습니다. AI·전력·방위 테마와 연결되면서 '실물'이 있고, 정책·지정학적 촉매가 명확하게 있는 테마들입니다.
에너지와 주택 건설, 중산층 위주 소비재 섹터는 지난해 부진에서 올 초 회복세로 돌아섰습니다. 완화적 정책과 명목 경제 성장의 수혜가 기대되는 테마입니다. 반면 양자 테마, AI 주도주, 작년까지 강세장을 주도해온 매그니피선트 7 대형주는 올해 들어선 차익실현의 타깃이 되고 있고, 'AI에 잡아 먹힌다'는 내러티브를 떨쳐내지 못하고 있는 고밸류 소프트웨어나 저성장·저품질·레버리지 민감 종목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구조적 약세 구간에 있습니다.
결국 Fed 수장 교체라는 변수에도 '종이 화폐보다 실물 자산'을 선호하는 시장의 큰 그림은 아직 변하지 않았으며 실물 원자재와 성장 주식을 함께 쥐는 전략이 정답인 것처럼 느껴집니다.